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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난초이야기.10
가리왕산이야기 조회수:970 183.108.129.120
2021-05-06 12:12:34

 5.

과연 그렇게 선계에 들 수는 없는 것인지요?

분양받은 토끼는 땅을 파고 가출하여

온 동네를 미친 듯 헤집고 다니며

애꿎은 남의 집 농작물을 미친 듯 먹어 치웠고,

풀어 놓은 풍산개 한 쌍은

평화롭게 풀을 뜯던 흑염소의 멱을 따고

주인 앞에 달려와 의기양양 자랑을 합니다.

복지양계를 지향하며 방목한 닭들은

온갖 곤충이며 지렁이를 잡아먹으며 송아지만큼 자라

밤낮없이 울어 제치며 우람한 위용을 뽐냈지만

솔개나 족제비에겐 맥을 못 쓰며 잡아 뜯겨

여기저기 털을 날리며 널브러지기 일쑤입니다.

병아리는 토끼만한 들쥐에게 내장까지 내어 줍니다.

산양은 해마다 두 마리의 새끼를 낳고

하루에도 몇 번씩 젖을 짜달라고 보챕니다.

양의 뒷발에 걷어차이며

하루에도 몇 번씩 양젖을 짜야 합니다.

돌아서면 다시 올라오는 넓은 마당의 잡초들도

수시로 제거해야하고

돌밭을 일구어 심은 농작물의 비배며 해충관리,

잡초관리도 거저 되는 것이 아니지요.

‘잘 되는 펜션 이유가 있다’라는 책의 펜션 마켓팅은

마치 내가 써 놓은 내용 같았는데,

이 외진 골짜기에 사시사철 손님은 어찌나 많이 오시는지,

손님시중에 눈코 뜰 겨를이 없습니다.

안팎으로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셨지만

여름 피서 손님이 밀물처럼 빠져나가면

온 몸이 얻어맞은 듯 쑤시고 아픕니다.

잡도리를 한다고 했지만

첫해 겨울의 한파에 동해를 입은 난초는

봄이 되자 잎들이 서서히 갈변하며 낙엽을 떨어트립니다.

얼마나 더 많은 시행착오와 실수비용을 지불해야할지

감이 오지 않을 지경입니다.

물리치료를 받고 용하다는 돌팔이 침쟁이를 찾아가

온 몸에 침을 맞으며 몸을 추스립니다.

아, 이러한 삶이

허균이 그리던 선비의 모습이거나

삼선의 경지는 아닌 듯합니다.

가끔은, 와선대(臥仙臺)라 이름 붙인 연못가의 넓은 암반에 누워

가리왕산에 둘러싸인 비좁은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서풍에 밀려온 양떼구름이 급하게 지나갑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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